1. 당신의 "음악"이 "라이브"로 들려질때의 다름,이 이렇게 대단한데.
셋리스트 운운 하는 네 그 입 (쳐)다물라, 백만번 속으로 외치며 단지 계속되는 연주와 눈앞의 당신을 두고. 머릿속으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일상의 편린, 제 인생의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함에 울고 싶은데도 그 포지티브한 어레인지에 힘내라 등 떠밀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울지 말아 줄래요.
그것도 오늘처럼 가까운 날에, 하필이면 이 쪽을 향해서.
순간 펑-하고 날아가는 퓨즈와 음악+눈물+메세지의 중압감에 쓰려오는 위와 당해버린 팬들의 시작되는 오열에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게 되버리잖아요.

제발 울지마. 이제 안봐도 될거 같아. 애기처럼 좀 울지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야밤에 나혼자 외롭게 술마시게 만들어 왜! 내가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겠어 왜그래 왜 나한테 왜그래. ㅠㅠ



2. 공연은 MC 포함해서 7:10 개연 8:45 종연. 끝나고 박수는 10분 가까이.
비는 거의 안왔고, 중간에 조금씩 흩뿌리는 정도.
셋리스트는,

美我空
NIPPON
Love is the Key
E☆E
時空
空~美しい我の空
Help Me Help Me…
縁を結いて
세션 2곡
MC

지난 10월 헤이안에서 사실 라이브에 대한 것보다 그때 상황에 대한 인상이 더 남아있는 편이라, 글쎄, 라이브 장소로서 헤이안은 어떨까 했었는데. 1시간반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제한시간에 높일 수 없는 음향 볼륨까지 포함해서.
하지만 오늘의 라이브는, 완벽하게 <헤이안용>이었다. 더이상의 셋리스트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헤이안을 배경으로 라이브의 주제는 일본과 와和. 쯔요시상의 회귀와 함께 시기적으로 지난 대지진이 맞물리고. 본인이 말하는 일본적인 것이 글로벌을 향한 것, 되돌아가는 것이 미래,라는 주제를 형태화 시키면, 바로 오늘의 라이브가 된다. 가타부타를 떠나 라이브 구성의 완벽도, 메세지 전달의 강렬함, 시를 실은 보컬을 뛰어넘는 인스트의 호소력, 비조차 무대장치가 되어버리는 자연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야외 라이브의 첫 감동을 09년 야쿠시지가 알려줬다면, 태풍같은 자연의 힘에 져버릴 리스크를 안고서도 야외여야만 하는 당위성을 보여준게 이번 라이브인 듯.



3. 오다 잦아들다를 반복하는 비속에서 수런수런 우비를 입거나 벗는 관객들의 잔웃음 사이로 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멤버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도모토 쯔요시상의 모습에 잠깐 글썽거려버렸던건 어쩔 수 없다.
반가워서 미치겠는걸 어떡해. 쯔요시상의 라이브, 10개월 만이니까.

베이스를 손에 드신 쯔요시상과 함께 시작된 곡은 비가쿠.


셋리스트를 몰랐지만 역시나 스타트는 비가쿠인가-. 튜닝에 가까운 베이스, 키보드와 퍼커션의 방울, 브라스의 히치리키로 이루어진 전조 속에서 오랜만의 쯔요시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쯔요시상이다 가깝구나 미치겠다 이쁘구나 수염 좀 밀었네 빨간색이 어울리네 바지는 짙은 주황색이네 섹시하네 큰일이네- 사이 자리 바로 앞에 위치한 스피커로부터 본격적으로 울리기 시작한 베이스가. 맙.소.사.

본인의 작은 손가락에 맞춘 커스텀 베이스의 위력. 아 정말이지 왜 이제와서야 커스터마이징 했어 랄까, 지금에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처음 들었던 ku의 모든 연주가 쯔요시상임을 몰랐을때도 바로 이 베이스는 절대 밥먹고 사는 베이스가 아냐. 그러니 쯔요시상이 연주한 걸꺼야 =_=;라는, 천성의 오리지널리티를 떠나서 걍 알겠는 정도의 베이스였었는데. 이거야말로 테크놀로지다 나한테.;;; 여태까지가 베이스가 아니라기보단, 이건 진짜 베이스,였으니까.

조명을 받아 붉어진 손으로 넥을 피빛으로 물들이는 연주. 이 베이스는 주인 지대로 만났다.

아...왜 맥주 500미리 따윌 사왔지. 다시 가서 와인 한병 집어와야겠다. 귀찮아. 근처 데일리 은근 멀다구. 옷도 다 갈아입었는데. 근데 술이 필요해. 아 귀찮아 투덜.......



4. 도입부 멜로디, 템포의 흐름에 이 곡이 뭔지 몰랐다. 쯔요시상의 박수 유도와 함께 시작된 노래에 깜짝 놀랐다. 여러가지로.


바로 손을 내리고 끝날 때까지 그저 듣기만 했지만. 블루지한 훵키를 입혀 미디엄 템포로 다시 태어난 이 곡의 어레인지는 진짜 훌륭하다.
이렇게도 될 수 있는 곡이라는 걸, 만든 본인이 다시 보여준다.
사실 이번 라이브에서 가장 파격적인 어레인지라고 생각해.


어떻게 어렌지 되든지 기타가 불러들이는 특유의 전조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곡이 Love is the key.
쯔요시상의 뽕삘나는 기타로 입혀진 와和의 색이 이 곡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기타를 중심으로 화음을 더하는 키보드와 브라스가 어떻게 전통음율을 되살려 내는지를 보고 있자면 솔직히 소름 돋아. 그래서. 음악이. 훌륭하지 않다고, 그 누가 내게 말할 수 있어?


다이고로 시작되는 E☆E 역시.
테크노의 일렉트릭 리듬을 일본의 전통 퍼커션과 아프리카의 콩가로 재편성하고, 쯔요시상은 Sub 키보드로서 포인트를 명확하게 집어 곡을 리드한다.
본당으로부터 뿌려지는 오색의 조명도 E☆E 그 자체.


그리고 이어지는 時空
그 태생이 나라를 위해 만들어진 이 곡이, 쯔요시상의 고즈넉하게 반복되는 키보드 리듬으로 시작된다.
E☆E에서부터 時空라는 이 기발한 셋리스트의 흐름이, 하나의 명확한 주제를 근저로 가능해진다.

잘게 내리는 비가 중심으로부터 부채꼴로 뿌려지는 레이저의 선들에 비쳐 보석알갱이처럼 빛나고. 공기가 머금은 습기의 잔안개가 몇번이나 조명을 받아 산수화를 그렸다. 그저 아름다울 뿐이었다. 야외 라이브만이 가진 그림.

키보드로 새로 만든 시작과 함께 원래의 정적임을 한결 더 가라앉힌 空~美しい我の空,


그대로 유지한 논조가 help me help me로 이어지면서 바뀌는 가사의 어렌지.
온몸으로 저며드는 바이브레이션, 君なら武器を取るの、世界なら武器を取るよ、君なら愛を取るよ、世界なら愛を殺すよ 그리고 I love you 愛してる.

마지막으로. ただ今を僕を愛せる.

비가쿠로부터 쉼 없이 연주와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 무대 앞에 마련된 화로는 박력있게 불을 피워 올렸다.
조명은 무대보다는 관객을, 공기를, 하늘을, 옛 건축을, 자연을 향했다.
그런 무대였다.

납득했을 뿐이다. 눈 앞에 이렇게 되돌아 와서야.
내가 왜 도모토 쯔요시의 팬인지. 음악을 듣고서야, 라이브 앞에 서고서야 새삼 또 깨닫는다. 이래서 팬이었구나. 팬이구나. 팬일 수 밖에 없었구나.



5. 도입부의 목소리가 어찌할 수도 없이 아름다워서.

그저 홀린 듯이 듣고만 있던 목소리, 물처럼 흐르는 정적인 동작의 아름다움.
一度きりの 一色あたし에서 가슴 앞으로 내밀어올린 손가락 하나가 후려치는 듯한 메세지를 전했다.
노래하는 자의 진정성이 담긴 소리와 시와 동작이 주는 무게가 참을 수 없어질 즈음.

흔들리기 시작한 목소리에 마음이 술렁이고 결국 쉬어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노래는 떨며 마무리됐다.
가슴쪽으로 두손 모아 마이크를 꽉 쥐고 입을 꽉 다물어 울음을 참는 얼굴을 하필 이쪽 방향으로 돌려서.
앞열로부터 관객들은 초토화. 일글어진 입가를 멍하니 응시하면서 참 어찌할 수가 없어서.

지난 오사카죠홀도 그렇고. 매번 다 잊어버리고 잘도 살다가 이렇게 대면하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다. 순수, 진정성, 그냥 경의롭기만 하다. 그게, 어떻게 진짜일 수가 있어? 어떻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울 수가 있어? 왜 그렇게 무구할 수가 있어. 그런 삶을 왜 나같은 사람한테 보여줘. 한 인간으로서 당신한테 넉다운이야. 어찌할 수도 없는 사랑에 또 빠져서 너덜너덜하게 행복해.



6. 쯔요시상을 가리듯이 자욱하게 피어오른 스모크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듯 울려퍼지는 와의 멜로디 루프.

저기 쯔요시상, 그런건 언제 손에 넣었어. 블루지한 훵키를 반복하던 그 새까맣고 농염한 팬더가 언제부터 그렇게 와를 노래할 수 있게 된걸까. 못봐왔던 시간동안 그렇게 또 새로운 리듬을 몸에 심고.
블랙뮤직의 일본식 로컬라이징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어서.
다 떠나서 그냥 도모토 쯔요시라는 뮤지션은 천재라고 생각해. 역시 우리 쯔요시상은 천재였어. 새삼 말하지만 진짜 천재였던 거야. 현실에 흘러 걍 까느라 보내는 시간;;;들로 부터 되돌아와 참 할말 없이 만들지. 졌어.

저런건 어떻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걸까.
365일 음악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자신의 근원에 대한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면?
인생이 뭐 저러냐. 인간으로서 정말이지 부럽다. 하나만이라도 좋으니까 손에 넣어보고 싶다.



7. 도모토 쯔요시라는 사람의 팬인데 MC가 어떻게 싫을 수 있겠냐. 더 길었으면 좋겠고 그랬지.
근데 이렇게 정해진 라이브 시간이 짧을땐 제일 뒤로 밀어준 단 한번의 MC가 그저 고맙다.
예전에도 몇번이고 있었다. 아 말하지마 시간 없어 노래해 연주해 시간 없으니까 제발;;;;; 같은 순간들.

그래도 오늘 같이 한정된 시간을 넘어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담아 메세지를 전했다.
나로서는 절대 갈 수 없는 영역의 이야기들도 포함해서.
그래도 이 <헤이안>이 어떤 의미였을지, 도모토 쯔요시란 사람이 그의 나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걸 주고 싶었는지, 그가 세계로 가지고 가고 싶은 청사진이 뭔지까지 포함해서 정돈된 MC를 더해 오늘의 공연 구성으로 제대로 전해졌다. 도입부터 끝까지 연주가 음악이 메세지가 기도가 충분히 이야기해줬다. 이제 도모토 쯔요시에게 말이라는 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만 끄덕여도 그건 교감이다.

그러고는 질리지도 않고 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안질리시면 또 다시 와달라고 으하하하하하.
여러가지 의미로 참. ㅠㅠ 나도 진짜 좀 질려보고 싶네 그래. ㅠㅠ

오랜만에 만난 쯔요시상은 훌쩍, 어른이 되어 있었다.
코코로미에서 봤던 뭐라 말할 수 없는 형상이, 실체로서 눈앞에 서있었다.
지인들과도 말했지만 나무로 신불을 새기는 할아버지와의 대화 중에서 "사람으로서 숙성된 맛은 훨씬 더 있으시지요"할 수 있는 그 깊이, 세대를 몇수십 뛰어넘어 자연체로 대할 수 있는 상냥한 인간됨.  

TS양의 말대로, 이제 서른셋인데. 그렇게까지 가있는 그가 너무 굉장하면서도, 안타깝다.
그저 서른셋의 남자로서 야망을 번뜩번뜩 흘리면서 달리는 그런 시간들을 조금쯤은 보내도 좋았을텐데. 왜 1년의 시간이 본인에겐 10년의 시간인양 흘러버리는 걸까.

빠순신의 가호 아래 오랜만의 쯔요시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지만, 그 표정과 눈빛을 들여다 봐야지만 알 수 있는, 아니 사실은 대면하고 있어도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깊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런 라이브란 형태로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는 건지. 사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그 모든 것이 당연하지만 괴로워져서 한숨이 났다. 쯔요시상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은 꼭 라이브에서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 좋겠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세상에서 가장 가깝게, 그리고 멀리 존재하는 그를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 언어로 형태화하는 순간 바뀌어버릴지도 모르는 그 섬세한 공간의 박제를. 직접 보고 들어서 자신의 안에 가지고 돌아가기를.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8. 쯔요시상. 이다지도 좋아하니까 자각하면 괴로운 거겠지만. 그래도 당신은 내가 아니다. 절대로 하나일 수 없다.
그럼에도 어째서 연결되는 걸까. 차이로부터 파생되는 외로움, 모순, 복잡한 감정선이 두려우면서도 감사해.

만나줘서 고마워요. 다시 돌아가는 나는 틀림없이 3일 안에 볼품없이 현실화 되겠지만.
태어나서 똑같이 인생이란걸 사는데, 참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은 삶이 눈앞에 있어서.
CN양과 동시에 "도모토 쯔요시는 정말 좋겠다, 저렇게 살 수 있어서"라고 말해버리게 하는 인생이 처절하게 부럽고 대단해보여서.

그래도 발버둥치며 단 몇분이라도 좋으니 진정으로 자신의 인생과 마주서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 당신인 이상, 나는 평생 당신에게 감사할거야. 가지고 돌아가는 것 중 하나가 폐부를 찌르는 자괴감이라도 그걸 삶의 에너지로 되돌릴 포지티브가 포함된 최상의 음악 덕분에. 어찌됐든 내 자리에서 나다운 최선이란 것에 대해 절감하게 하는 라이브로, 몇번이고 만나러 올겁니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도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평생 모를 그 용기가 늘 나를 마주세워요.
진짜, 좋아합니다. 

그리고, 쯔요시상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언제나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일생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지 못하신 분들께도 전해주세요.

한치의 거짓 없으니 백퍼센트로 받아주셔요.
그 눈을 표정을 보고 들은 건데, 쯔요시상, 진짜로 사랑하고 있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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